웹소의 미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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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안의 노동자 - 뉴딜이 기획한 가족과 여성 ㅣ 아우또노미아총서 56
마리아로사 달라 코스따 지음, 김현지.이영주 옮김 / 갈무리 / 2017년 8월
평점 :
독서괭님이 나한테 도피하지 않는 강한 정신이라고 했는데.... 인정하는 바다. 자 도피하지 않은 강한 정신이 얼마나 병들었는지 써보겠다.
신자유주의에서 살아가(남)기 위해 푸코를 읽는다… 고 말하면 사람들이 웃던데, 나는 진심이다. 우치다 타츠루는 푸코의 사상을 한마디로 “나는 바보가 싫다”로 요약했더란다. 처음엔 이게 뭔 소린가 했는데… 뭐랄까 읽을 수록 그것이 푸코의 핵심 사상 같다. 여기서 포인트는 그의 이상한 뒤틀린 태도(?)정도로 요약될텐데… 강한 정신의 소유자인 이 몸이 얼마나 푸코만큼 뒤틀렸는지나 이야기 해야겠다.
토요일 아침부터 상쾌하게 이런 걸 읽었다. …
[위근우의 리플레이] ‘오은영 리포트-결혼 지옥’ 세상엔 오 박사님도 해결 못할 문제가 있다
짝짝짝. 좋은 글이다. 역시 위근우. 남자가 페미하려면 이 정도는 해야지. 열심히해라.
나는 정상 가족 이데올로기가 강력하게 작동하는 집안의 장녀로 자라났다. 우리 집은 양친의 뼈를 깎는 노력으로 성공적인 정상 가족(핵가족도 아니고 심지어 대가족이었다)을 일구어내었다! 그리고 나는 뼈를 깎을 생각이 없다. 그냥 좀 안착해볼까, 타협하려다 가까스로 결혼에서 탈출(ㅋㅋㅋ)한 입장이 되어보니까 더 선명해졌다.
이제와서는 만병 통치약이 아니라 만악의 근원 만병의 원인 진단이 되어버린 것 같은 ‘신자유주의’라는 단어를 좋아하지는 않지만. 신자유주의 하에서 누가 누군가를 행복하게 해주는 것은 환상에 가깝다고 (특히 남자가 여자를?) 그거야 말로 바래서는 안되는 거라는 생각을 파혼하면서 선명하게 했다.
그건 가족임금제가 가능하던 시기—가 있었나 싶지만, 적어도 제도적으로는 장려되며, 성별 분업화가 완벽하게 이루어졌던 과거—의 이야기다. 둘이 함께 벌어서 살림을 꾸려야 하는 구조 안에서는 가사 노동 및 재생산 노동도 똑같이 분담해야 한다. 보통은 남성들의 임금이 더 높기 때문에 가계를 꾸리는 데 있어서 여성의 기여도는 낮을 것이다. 모든 것은 다 기브&테이크 아니겠는가. 그러면 여성이 재생산 노동을 더 많이 하겠지. 문제는 주부의 일이라고 여겨지는 여성의 노동(재생산 노동)은 갖은 자본주의 가부장제의 협박과 달램과 여타의 폭력적 합의(캘리번과 마녀 참조)하에 ‘자연화’되어 있다는 것에서 비롯된다. (<결혼지옥>뒤에 <페미니즘> 콘텐츠를 편성해서, 아빠들한테 페미니즘 공부좀 시켜라. 오박사님이 해결할 수가 없는 문제잖아 이건ㅜㅜ) 즉, 여자가 집에서 하는 일은 천연 자원처럼 당연하게 여겨진 다는 것.
가족 임금이 사라져버린 신자유주의 안에서 가사 노동이 자연화되어(이것이 가부장제다) 있는 것을 인식조차 못하는 남자와 가족을 꾸리기 위해 일일이 일상에서 협상을 하는 것이 자아를 축소 시키는 심각한 노동이라는 것을 알아버린 와따시의 비극이 바로 탈혼 되시겠다.
“(39) 월급을 받는 여성은 자신이 정치 경제적으로 꼭 필요한 존재임을 최초로 자각한 여성이다. 그녀가 자본주의적인 사회구조와 직접적으로, 분명하게 관계를 맺고 있기 때문이다. 주부는 이들보다 느리긴 하지만 각성하고 있다. 주부는 광산이나 공장의 자본가 사장이 집에 있는 여성의 노동력을 지배한다는 점을 깨닫기 시작했다. 보수를 주거나 인정해주지도 않으면서 그녀의 삶을 내내 움켜쥔 채로 말이다.”
한국형 뉴딜? (코웃음) 좋아하시네. 성별 분업화에 대한 자각도 없이 무슨 뉴딜이여. 신자유주의 덕분에 내 월급봉투 받아본 여성들은 절대로 남자 월급 봉투에 만족 못한다. 그러므로 우린 적어도 기본 소득이 뭔지는 알고 있는 대통령을 뽑았어야 했다. 신자유주의 덕분에 가족 임금은 사라졌다. 가족을 부양할 만큼 많은 돈을 버는 남성들의 일자리가 절대적으로 줄어들었다. imf는 저임금의 비정규직 여성 일자리를 대량 양산했다. 그 노동은 대부분이 재생산/돌봄과 관련된 노동이었다. 여성들은 집안에서 하는 일을 집 바깥에서 돈을 받으면서 하기 시작했다. 집 ‘안’의 노동자가 사라진 자리에 무엇들이 어떻게 채워졌을지는 각자의 삶들을 들여다 보면 알겠지.
아마도 신자유주의는 계속 될 것이다. ‘자연화’되어 있는 여성들의 노동이 값을 매긴 (저임금의) 노동으로 모조리 바뀌기 전까지는. 이것은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가? 나는 나의 소중한 직관으로 결론을 내린다. 어떤 남자도 여자를 행복하게 ‘해줄 수’는 없다는 것, 어떤 여자도 남자를 통해 생계의 안녕과 안전을 담보 받을 수 없다는 것. (그런데 누가 누굴 행복하게 ‘해줄’수 있단 말인가. 자기가 자기를 행복하게 만드는 거 아닌가.)
한번 더 반복. 가족 임금은 사라졌다. 그 시절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그리고 우린 이 시절을 살아가야 하고. 내 현실에서 이 슬픈 사실은 엄마의 시집가 공격에 대한 반동으로 구체화된다. 나는 확정적으로 대략 이렇게 말한다. 내가 운 좋게 돈을 많이 벌어 여자를 행복하게 ‘해줄’ 수 있는 남자를 ‘물어’ 시집을 갔었더라도, 엄마가 나를 너무 자주적으로 키워 놓은 나머지 그 남자가 “내가 돈 주잖아!”의 시늉만 해도 난 분노 폭발해서 밥상 뒤집고 나와 남의 집 밥 해주면서 돈 벌어서 살았을 거라고.
그럼 서로 알뜰살뜰 같이 벌어서 평등하게 집안 일도 하는 남자를 만나면 되지 않느냐고? …. 미안하지만 내 또래엔 없다. 갱생 가능한 자질이 보이는 남자들은 이미 너무 현명한 여성 동지들이 다 데려갔다. 그래서 없는 것으로 확정 지음. (이 나이 쯤 되면 현실을 잘 알게 된다ㅋㅋㅋ) 서로 잘 져주고 맞춰주면서 살아가는 소수의 커플들을 보긴 했는 데, 그 속은 모르는 거라고 생각함. 또. 음 나는 져줄 생각이 없는 인간이란 걸 파혼하면서 깨달음.
아예 새롭게 양육된 새 세대면 모를까. 쉬운 길(가부장제가 주는 달콤한 권력을 누리는 길)을 냅두고 알아서 권력을 반납할 남자가 얼마나 있겠느냔 말이냐. (이준석을 보면 알지 않나?) 있어도, 소수겠지. 그러니까 그 남자가 내 남자가 될 일은 없!다! 만약에 있었다치면 그건 행운인데, 언제나 말하지만 나는 그닥 운이 좋은 편도 아니고 내가 획득하지 않은 행운에 감사해 하는 스타일도 아니다. 라고 말하면 엄마만 속상하지만 나는 말해야 하는 T... (그리고 사회화가 잘되었기에 아주 착하게 조근조근 설명합니다.)
두 번 더 반복. 가족 임금은 사라졌다. 그 자장 안에서 살아가는 나보다는 조금 앞선 세대나, 현 세대라도 소수의 축복 받은 가족은 예외로 하자. (살면서 나는 예외였던 적이 별로 없다.) 이미 사라진 토대 안에서 나 만은 다를 거야라는 환상은 환상이기에 위험하다. 그러므로 나는 누군가를 행복하게 해줄 수도, 누군가가 가져다주는 행복에 행복을 느낄 수도 없다.
결론 : 나는 나에게 잘 해야 한다. 내가 나에게 행복을 주는 일에 몰두해야 한다. 음… 어쨌든, 지금도 나는 행복한데 (물론 먹고사니즘은 힘들다. 그건 그냥 원래 x같고 힘든 거다. 자본주의 양아치 없앨 수 있다면 없애주세요 엉엉) 너의 행복에는 타자(혹은 남자)가 없으니! 가짜야!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을 때… 설명하기 지치고 지쳐서 자연스럽게 멀어지다 보니 이제 주변에 그런 말을 하는 사람은 엄마 밖에 없게 되었다ㅋㅋㅋㅋ(대쪽 같은 성격)
물론 나의 행복에 섹스가 없는 것은 좀 슬프긴 함. 비혼을 원했지만 비연애까지 원한 건 아닌데… 또 확실히 너는 비혼이야? 이러면 비혼까진 아닌데…. 아무튼 이걸 주저리 주저리 길게 쓰는 이유인데….
더 이상 정상 가족이 작동할 수 없는 신자유주의 한국에서 대중 매체가 유포하는 형식의 쉬운 행복은 없다는 거다. 여자들아, 남자들아. 꿈에서 깨어나라. 로맨스 다 끊어라. 나처럼! 그리고 가능하면 휴머니즘 드라마 보지마라!! 나처럼 ㅋㅋ 나는 솔로 이딴 거 제작하지 마라ㅋㅋ 하지만 그러지 않겠짘ㅋㅋㅋ 왜냐 그게 제일 재밌으니깤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
그래서 내가 제일 화나는 것은…. 이차 저차 알아서 열심히 사는 사람들에게 여전히 남은 환상을 유포하는 미디어다. 실은 내가 20대일 때 극에 달했는데, … 신자유주의시대의 가장 실현 가능 할 것 같은 구원 담론…연애… (완전 판타지 보다 그 담론이 더 판타지), 이성애 중심의 로맨스… 막 재벌2세 남이 쨔라랑 등장해서 구원이 되는… 신데렐라서사….뭐… 더 악독한 류는 재벌2세도/존잘남도/아닌 제 구실 못하는 남주를 구원해주는 여자인 데. 그딴 우렁 각시 서사… 제발 집어치워.
처럼 보다 보면 점점 화가 나기 때문이다. (옆에 누가 있어서 같이 씹으면서 보면 상관 없다. 혼자 보면 스트레스 받음) 무튼 페미니즘 공부하고 난 이후부터는 로맨스는 에지간 하면 소비하지 않는 데, 가끔 사회 생활(나도 한다 그거…)을 하기 위해 보더라도 저거 저거 대가리가 꽃밭이네 저거 저거… 하면서 씹어 대기 때문에 드라마 좋아하는 친구들을 부득이하게 상처주게되서… 이제 정말 거의 안보게 되었다. 단, 자매들은 예외인 데… 우리는 cj 감성 가족 영화는 막 처 울면서 …보고… 로맨스는 함께 씹는다. 왜 인지 모르겠지만 울음 포인트와 빡침 포인트가 같다는 점에서 좋은 넷플릭스 동지들이다 ㅋㅋㅋ (응?) 사실 아시겠지만 저는… 그 옆에 있는 알 수 없는 역병이 창궐하여 모든 걸 다 씹어 먹는 좀비물을 보는 것을 더 즐겨요…. 하지만 혼자 보는 것은 무서워함. (뭐야 모순 모순 개모순.)
어쨌든 나의 로맨스 기피병 증(?)은 독거 시간이 거듭해질 수록 심각해져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약한 우리가 기대어 살아야 하는 이유에 대해 설파 하는 뉘앙스의 휴머니즘 드라마까지도 완존 심드렁해져 버렸는 데, 또 주말이어서 놀러 나갈 거니까 거칠게 쓰겠다.
안다. 로맨스 소비 안하는 거. 이건 나의 괴벽이다. 그러나. 그래도 잘 산다. 왜냐면 로맨스물이 아니더라도 신자유주의는 달콤하기 때문이다. 신자유주의는 나에게서 가족 임금을 빼앗아가고 (저임금의ㅋㅋㅋ) 일을 주었다. 가족을 부양할 생각이면 매우 부족하지만, 내 입만 걱정하면 되는 처지이므로 아쉽긴 하지만 괜찮다. 나는 나의 자원이 내 몸과 젊음과 건강임을 안다. 노동하는 틈틈히 운동과 산책을 하고, 정신 건강을 위해 돈을 내고 심리 상담을 받고, 외로움에는 달리기를 처방한다. 지금 건강해서도 좋지만, 결국엔 누구에게 기댈 생각이 없으므로 어쩔 수 없이 하는 자기 관리다.
가끔 심심하면 술을 마시면 되고, 필요하면 친구도 만난다. 끼리끼리 논다고 나의 친구들도 나와 비슷하다. (대체로 비연애, 비혼, 비출산 상태라서, 인류 멸망에 이해관계가 별로 없으면서도 누구보다 기후위기를 염려해 저탄소 생활을 실천하는 사람들이다… 이 모순과 아이러니를 누가 분석 좀 해봐라.)
어쨌든 나는 타인을 행복하게 해주기 위해 / 타인에게서 행복감을 충족하기 위해 / 살지 않으므로 나 자신의 행복 포인트를 찾는 데에만 지대한 관심이 있다. 다행인 것은… 내가 행복해지는 데에는 그다지 많은 비용이 들지 않는다는 거다. 나에겐 약간의 알콜과 질 좋은 대화 상대, 도전 정신이 필요한 조금은 어려운 텍스트 (너무 쉬우면 잠든다…) 정도면 충분하고, 읽은 것을 나눌 사람은 여기 북플에 있다.
말해 뭐해? 내게는 오늘 치의 행복을 섭취하기 위한 최소한의 양식이 마련되어 있고, 그걸 누리면 되고, 과거에는 가끔 사로잡히지만 미래는 거의 걱정하지 않는다. 자신이 아니라 타인(가족)을 행복하게 해주기 위한다는 명분으로 모두가 실컷 먹고 마시며 소비하는 이 세계에서… 탄소는 끝없이 생산될 것이고… 인간중심주의를 포기 못하는 인류를 가까운 시일 내에 지구가 단죄 하겠지. 게다가 가족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부동산을 선택한 대한민국의 대통령은 굥이고 이들이 이러면 이럴수록 현명한 지구의 단죄는 앞당겨질텐데… 지구님의 벌은 나도 지은 죄가 있으니 기꺼이 받을 것이고, 그나마 다행인 것은 금욕적(?)생활을 실천하고 산 탓에 난 나만 죽으면 되니까 나보다 더 소중하다는 자식이 없어서 인류 멸망이 별로 상관이 없게 되어버렸다는.
그러니 <결혼지옥> 보면서 페미니즘 공부할 사람들은 내가 아닌 데…. 아….
주부인 여성은 자본가 사장이 주는 임금을 직접 받지 않는다. 따라서 자신이 경제 체제와 연결되어 있다는 점을 항상 인지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주부와 경제는 실제로 다소 간접적이지만 매우 긴밀하게 연결되어있다. .... 아내는 새벽에 일어나 남편을 위해 아침 식사를 만들고, 점심 도시락을싸고, 모든 준비물을 남편 손에 쥐여준다. 남편은 시간과 에너지를 아껴야 한다. 남편의 시간과 에너지는 모두 사장 소유이다. - P37
월급을 받는 여성은 자신이 정치 경제적으로 꼭 필요한 존재임을 최초로 자각한 여성이다. 그녀가 자본주의적인 사회구조와 직접적으로, 분명하게 관계를 맺고 있기 때문이다. 주부는 이들보다 느리긴 하지만 각성하고 있다. 주부는 광산이나 공장의 자본가 사장이 집에 있는 여성의 노동력을 지배한다는 점을 깨닫기 시작했다. 보수를 주거나 인정해주지도 않으면서 그녀의 삶을 내내 움켜쥔 채로 말이다. - P39
여성이 하는 무급 재생산 노동은 자본주의 성장 계획에서 핵심적인 부분이지만, 자본주의 체제에서 가장 ‘인정받지’ 못하는 일이다. 달라코스따가 말하듯이 이제 더 이상 가족 안에서만 재생산이 이뤄지는 것은 아니며 집안일이 다양한 가사 서비스로 재편되었지만, 재생산 관련 노동은 여전히 대부분 비정규직, 저임금 노동으로 때대로 무시와 천대를 받기까지 한다. - P219
뉴딜과 복지 국가 제도는 노동계급을 구하였는가, 아니면 노동계급이 가진 자율적인 재생산 능력을 파괴하였는가? ... 달라 코스따의 저작은 뉴딜을 재생산 정치의 측면에서 재평가 하는 데 크게 기여한다. - P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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